회사에서 가격 전략 세미나를 진행했다. 가격 전략이 무엇인지 궁금하여 듣게 되었고 실무와 학문을 적절하게 연결하여 진행된 강의는 상당히 흥미로웠다. 차후에 소비자의 입장 혹은 가격 전략이 필요한 입장이 되었을 때, 해당 내용을 리마인드하고자 회고를 작성한다.
강사분이신 신병철 박사님에 대해 짧게 소개를 하자면, 현재 중간계 캠퍼스의 대표와 배달의 민족 CAO(Cieft Advisory Officer) 직무를 맡고 계시며 대학민국 최초로 박사학위 논문이 마케팅 관련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Journal of Marketing Research에 게제되었다고 한다. 그 외에도 야나두, 텐마인즈, 여기어때 등의 기업에 자문위원 경험이 있으시며 CJ 그룹 마케팅 부사장까지 하셨던 마케팅 분야 최고 존엄 급이시다. 다양한 직무, 강연 경험만큼이나 진행해주신 세미나도 유익함과 유머를 적절하게 섞어 진행해주셨다.
강의의 시작은 "제품을 구매할 때, 뇌는 어떻게 반응하는가"부터 시작한다. 우리가 어떤 제품을 구매할 때, 행동의 순서는
1. 제품을 본다
, 2. 가격을 확인한다
, 3. 돈일 지불하여 구매한다
이다. 이를 뇌의 관점에서 보면 제품을 볼 때 쾌락 중추(NAcc)가 반응하고, 가격 정보를 확인하면 모호함을 느끼는 중추(MPFC)가 반응하며, 돈을 지불할 때는 고통 중추(Insula)가 반응한다고 한다.
즉,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할 때 돈을 지불하게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인 것인다. 여기서 소비자가 최대한 고통 없이 가격을 지불하게 하는 것, 혹은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이 "가격 전략"인 것이다.
신병철 박사님께서는 회전 초밥집이 가장 고통스러운 지출을 유발하는 곳이라고 하셨다.
회전 초밥집에선 초밥이 나에게 올 때 쾌락 중추가 반응하고, 그릇의 색깔(가격)을 볼 때 모호함 중추가 반응하며, 그릇을 집어 초밥을 먹을 때 고통 중추가 반응한다. 따라서, 그릇을 집는 매순간 고통 중추가 반응하기 때문에 가장 고통스러운 곳이라고 표현하신 것 같다. 그 외에도 회전 초밥집에서는 그릇을 옆에 쌓아두기 때문에 추가적인 고통도 느낄 수 있다고 하셨다.
매순간 초밥이 올 때 쾌락 중추도 반응하기 때문에 쾌락과 고통이 "쌤쌤'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박사님께서는 고통이 쾌락보다 4배 커 같은 횟수라도 고통이 훨씬 크다고 하셨다. (연인과 사귈 때보다 헤어질 때 더 아픈 것으로 농담삼아 비유하셨다.)
회전 초밥 집에 가격 전략은 Itemzied Pricing(아이템마다 가격을 매기는 것)이며 이는 가장 깔끔해보이지만, 아이템 하나를 살 때마다 지출에 따른 고통을 느끼게 하기 때문에 잘못된 전략이라고 하셨다.
나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회전 초밥집이 그릇 하나하나는 가벼운 지출이라 생각하며 생각 없이 먹다가 그냥 초밥집보다 돈을 더 많이 쓴 기억이 많긴 하지만, 결국 계산할 때 나에게 더 큰 고통을 선사했고 그 이후로 회전 초밥은 자제해야 겠다는 생각을 했으니 어느 정도 공감은 했다.
그럼 고통을 최소화하여 소비자의 지출을 유도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가격 전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1. 연기
"연기"는 말 그대로 지출을 연기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신용카드가 있다. 한 달 동안 30번의 지출이 있었다고 한다면 30번의 쾌락 끝에 월말에 한 번의 고통만이 있어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제 신용카드를 쓰면 사용량이나 사용 금액이 올라가는 이유도 이와 같다.
관련 연구에서도 현금과 신용카드의 팁 금액을 비교해보면 신용카드가 더 높다고 하며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에서도 돈을 내는 날만 연기시켜도 지출 금액이 50% 증가했다고 한다. 사용 금액 뿐만 아니라 구매를 결정하는 시간도 감소하며 심지어, 상품에 신용 카드 그림만 넣어놔도 지불 금액이 증가했다고 한다.
2. 분할
"분할"은 금액을 분할하여 지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차량 리스가 있다. 팰리세이드 차량을 현금으로 구매할 시 3475만원이지만, 리스를 이용하면 4759만원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차량 리스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많기 때문에 가격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회전 초밥 집에서 큰 지출을 하는 이유가 아마 초밥을 먹는 매순간을 고통이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분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3. 비교
"비교"는 적절한 금액 비교를 통해 지출을 유도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주부가 120만원 냉장고와 500만원 냉장고를 비교하게 되면 500만원 냉장고는 다른 냉장고보다 380만원이나 비싼 냉장고가 된다. 하지만, 500만원 냉장고와 비슷한 스펙을 가진 메이커 브랜드 냉장고와 비교를 한다면 500만원 싼 냉장고로 500만원 냉장고를 어필할 수 있다.
이는 인간이 비교 유연성(Comparison Flexibility)을 가지고 있음을 이용한 가격 전략이다.
4. 가격 타협: 타협점 추구
"타협점 추구"는 판단하기 어려운 조건이 3개 있으면 사람들은 가운데를 선택한다는 경향을 이용한 전략이다. 고객 선호가 불분명한 경우, 애매모호한 상태의 제품 3가지가 있다면 50%의 소비자는 가운데 타협안을 선택하는 성향이 있다고 한다.
이를 통해서 큰 저항 없이 가격을 올릴 수도 있다. 기존에 5, 6, 7 달러짜리 제품이 있고 소비자들이 "타협점 추구" 경향으로 인해 대부분 6달러짜리 제품을 구매한다고 하자. 이 상황에서 5달러 제품을 판매 중지하고 비슷한 퀄리티의 8달러 제품을 판매한다면 소비자들은 6, 7, 8 달러 상품 중 큰 저항 없이 7 달러 상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5. 유인 효과: Decoy(미끼) 활용
"유인 효과"는 비슷한 퀄리티의 비싼 상품을 미끼로 활용하여 다른 상품의 지출을 유도하는 전략이다.
예를 들어 기존 건강 검진에서 "30만원, 30항목 테스트"와 "50만원, 50항목 테스트", 그리고 "70만원 70항목 테스트" 있다고 해보자. 이 구성을 "30만원, 30항목 테스트", "50만원 60항목 테스트", "70만원 65항목" 테스트로 변경한다면 50만원 테스트는 같은 금액에 높은 퀄리티의 상품으로, 70만원 테스트는 저퀄리티 테스트로 생각이 바뀌게 된다.
즉, 70만원 테스트가 Decoy(미끼)가 되어 50만원 테스트의 검진을 유도한 것이다.
실제 사례를 덧붙여 설명해주셨는데, 기존 구독 패키지에는 "59$ 인터넷 구독"과 "125$ 인터넷과 오프라인 구독"이 있었다고 한다. 해당 패키지의 구매 비율은 68:32로 해당 기업은 125$ 상품의 구독량의 촉진을 희망하였다.
이 상황에서 Decoy로 판매를 시작한 상품이 "125$ 오프라인 구독" 상품이다. 기존 125$ 상품과 가격은 같으나 인터넷 구독이 불가능하고 오프라인 구독만이 가능하다. 터무니 없는 상품이지만, 이를 통해 상품의 구매 비율은 16:84:0이 되었다.
6. 가격 변화 상승 조건
마지막은 가격을 상승 시키기 위한 전략이다.
박사님께서는 가격의 직접 상승(상품의 변화 없이 가격만 인상)은 매우 위험하다고 하셨다. 실제 17년 BBQ가 치킨 값을 평균 10% 인상하고 세무 조사를 받고 공정위 조사안을 발표하게 되었다. 이후 결국 인상안을 철회하였다.
"해마다 집값, 차값에는 크게 신경안쓰는데 겨우 10% 상승 가지고?"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문제가 된 것은 한 번도 안올리다가 올린 것이었다. 해마다 오르는 상품은 해마다 오르는 것 자체가 기준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BBQ가 사회에 공헌한다는 이유로 가격을 안올리다가 물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올리더라도 이는 큰 반감을 줄 수 있다.
그럼 어떻게 반감을 최소화하여 가격을 인상할 수 있을까? 이를 위한 네가지 전략이 있다.
1. 제품 속성의 변화
치킨의 속성을 변화시키며 가격을 인상한다면 반감이 감소될 것이다. 예를 들어 7호 닭을 9호 닭으로 사이즈를 키운 뒤 가격을 올리는 것이다.
2. 브랜드 명의 변화
가격, 브랜드명을 둘다 바꾸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름이 바뀐 것만으로 "성능이 좋아졌겠지"라고 생각하며 가격의 인상을 납득한다. 예를 들어 "쏘나타 → 올뉴쏘나카 → 더뉴쏘나타"가 있다.
3. 적절한 명분 제공
사회적인 트랜드 등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코로나로 인해 혹은 코로나 제한 해제로 인한 인상이 있다.
4. 단기적 선물 제공
고객에겐 가치가 높지만, 자신에겐 단가가 낮은 선물을 이용하여 가격을 인상시키는 것이다. 삼성에서는 상품에 스피커, 핸드폰, 호텔 이용권 등 선물을 덧붙여 인상된 가격의 제품을 판매한다. 이는 고객에게 가치가 높은 것이지만, 삼성에게는 남는 재고이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이러한 가격 상승의 사례에는 아이폰/갤럭시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아이폰 3, 4, 5로 가면서 가격을 올린다(브랜드 명의 변화). 시리즈가 올라갈 수록 당연히 스펙이 올라간다(제품 속성의 변화). 이렇게 넘버링을 올리는 것을 서브 브랜딩 전략이라고 한다. 서브 브랜딩은 아이폰이라는 익숙함과 너버링 상승에서 오는 새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것이다.
박사님께서는 가격 전략을 할 때, 위에서 소개된 전략을 여러 개 혼합하여 가격을 측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예를 들어 여러 개의 상품을 만들고 단기적 선물을 통해 가격을 인상시키고 개인화라는 속성을 추가하여 가격 전략을 구성할 수 있다.
세미나를 들으면서 어떻게 보면 소비자를 바보로 알고 가격을 측정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지만, 실제로 내가 상품을 구매할 때 많이 접해본 전략이었으며 실제 이 전략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데로 상품을 구매한 것 같았다. 그 당시에는 이득이라며 상품을 구매했지만, 그것이 다 전략이었다니 속은 느낌까지도 든다.
이 세미나를 듣고 앞으로 소비자로서 더욱 건강한 소비를 하여 지출을 최소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으며, 나중에 가격 전략을 해야하는 입장이 되면 이를 더욱 공부해야겠구나 생각했다. 이 글을 읽는 다른 사람들도 개인의 소비에 혹은 회사의 마케팅에 가격 전략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좋은 세미나 진행해주신 신병철 박사님께 감사드리며 더욱 깊은 내용이 궁금하다면 박사님께서 제작하신 책이나 강의를 들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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